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주말 동안에 아버지 PC를 봐 드리면서 작은 것이긴 하지만 자주 사용하는 프로그램의 매뉴얼을 만들어드려야겠다..는 것이었다. 평생 높은 직책에 계셔서 누군가를 부리는 것에 익숙하셔서 그런가 문제가 발생하면 누군가를 불러서 해결하려고만 하신다.
이미 본인은 퇴사를 한 마당에 이제는 기꺼이 찾아올 사람도 없는데 아직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것을 찾아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안 하신다. 아니 이제는 못 하시는 것 같다.오히려 컴퓨터를 써 본 적이 없는 어머니께선 옆에서 잔소리를 하는 나의 이야기를 계속 들으시고 이제는 아버지보다 더 수월하게 사용을 하신다. (이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많이 소환이 되었고 또 그보다 더 많이 잔소리를 했는가 알 수 있을 것이다.)
저번 주 토요일에는 1호기를 데리고 가서 문제를 해결하며 역시나 사용법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해 드리는데 이게 참 기분이 별로인 게 항상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여 이렇게 사용하지 마시라고 계속 말씀을 드려도 도통 반영할 생각을 안 하신다.
예를 들어 바탕화면에 꽉 찬 파일들을 좀 정리하셔라. 불필요하고 모르는 프로그램들은 지우셔라. 말씀을 드리면서 정리하고 삭제하려고 하면 이것을 절대로 못 하게 하신다. 그냥 본인이 나중에 할테니 놔두라고 하시며 결국 그대로 놔두신다.역시나 이런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으니 순둥순둥한 1호기도 옆에서 할머니가 주시는 단감을 오독오독 씹어먹다가 화가 났나보다.
"할아버지 그냥 아빠 말 좀 들어. 왜 어른이 되어서 잘못된 걸 안 고치려고 해??"
일반적으론 버릇이 없다고 혼이라도 내겠지만 1호기는 절대 네버 평생 아무 이유 없이 투정을 부려본 적이 없는 아이라 발언에 힘이 실린다. 할머니께서도 제발 좀 말 좀 들으라고 자신도 너무 답답하다고 한 마디 더 거드신다.그러면 이런 의견이 민주적으로 반영이 되었냐...라고 한다면 역시나 고집을 피우시며 노트북을 닫으시며 다 고쳤으면 이제 집으로 가 보라고 말씀하신다. 이제 지금의 문제가 해결이 되었으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는 무언의 제스쳐이다.
돌아오는 길에 1호기와 나는 스트레스 가득..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나 고민을 해 보며 문제의 본질에 접근해 본다.
1. 다년 간의 경험으로 보아 또 문제는 발생할 것이다.
2. 내가 이야기해도 어차피 안 들음
3. 난 또 스트레스받음
4.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
그래서 작은 매뉴얼을 만들기로 결정한 것이다. 물론 처음 시작은 별 거 아닌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게 나름의 소통의 장치가 될 것이라 본다. 사람은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내가 사용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그 즐거움에 빠져들게 되니까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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